포에버21이 무너진 자리에 등장한 새로운 이름
2020년, 한때 10대 패션의 상징이었던 포에버21(Forever 21)이 파산 신청을 했다. 8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했던 패스트패션 제국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불과 5년 뒤, 그 자리를 빠르게 채우고 있는 브랜드가 있다. 이름은 Edikted(에딕티드). 이스라엘 출신 창업자 Dedy Schwartzberg와 Zvika Alon이 로스앤젤레스에서 설립한 이 여성 패션 브랜드는, 2021년 TikTok을 통해 폭발적으로 성장한 이후 현재까지 연매출 수억 달러 규모(mid-nine-figure)로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6년 3월에는 런던 카나비 스트리트에 유럽 첫 번째 매장을 오픈했고, 싱가포르·방콕 진출도 2026년 9월로 예정되어 있다. 패션 업계 대부분이 Edikted의 실체를 잘 몰랐던 사이, 이 브랜드는 조용하고 빠르게 세계 시장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1. TikTok을 플랫폼이 아닌 '진열대'로 활용한 브랜드
Edikted의 성장을 이해하려면 2021년으로 돌아가야 한다. 당시 TikTok에서는 #TikTokMadeMeBuyIt이라는 해시태그가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있었다. 사용자들이 TikTok에서 본 제품을 충동적으로 구매하고, 다시 그 경험을 TikTok에 올리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던 시기였다. Edikted는 이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했다. 단순히 TikTok에 광고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TikTok의 콘텐츠 문법 자체에 맞춰 브랜드를 설계했다. 현재 TikTok에 'Edikted' 해시태그 게시물은 63,000개 이상이며, 팔로워는 82만 명을 넘는다.
Edikted의 소셜 미디어 전략의 핵심은 '정제된 광고' 대신 '날것의 크리에이터 콘텐츠'였다. 인플루언서들이 Edikted 옷을 입고 코디를 보여주거나, 언박싱하거나, 피팅 영상을 올리는 방식이 브랜드의 주된 노출 경로가 됐다. 소비자는 광고를 본다는 느낌 없이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노출되었다. TikTok Shop이 출시됐을 때도 Edikted는 빠르게 합류해, 캠페인 기간 동안 GMV(총 상품 거래액) 111% 증가, 주문 건수 98% 증가, 단 5일 만에 방문자 100만 명 이상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패션 카테고리 GMV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2. 트렌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포착'하는 생산 방식
Edikted의 창업자 Schwartzberg는 인터뷰에서 반복적으로 한 가지 원칙을 강조한다. "우리는 소셜 미디어에서 작동하는 것을 기반으로 제품을 만든다." 이 말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실제 생산 구조에 반영되어 있다. Edikted는 각 제품을 처음에는 소량만 생산하고, 소셜 미디어 반응을 보며 수요에 맞춰 생산을 늘리거나 줄이는 방식을 취한다. 창업자는 이를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모델이라고 부른다. Shein처럼 대규모 재고를 쌓아두지 않고, 수요가 확인된 제품만 확대 생산하는 구조다.
기존 패션 브랜드들이 시즌 캘린더에 맞춰 수개월 전에 디자인을 확정하고 대량 생산하는 것과 달리, Edikted는 지금 이 순간 TikTok과 Instagram에서 어떤 스타일이 퍼지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그것을 빠르게 제품화한다. Y2K 무드, 크롭 탑, 카고 팬츠, 코르셋 디테일 같은 요소들이 소셜 미디어에서 뜨는 순간 Edikted의 신제품으로 나타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속도가 경쟁력이다.
3. Shein보다 고급, 럭셔리보다 접근 가능한 가격 포지셔닝
Edikted의 가격대는 절묘하게 설정되어 있다. Shein이나 Temu처럼 극단적으로 저렴하지 않고, Aritzia나 Free People처럼 비싸지도 않다. 10대와 대학생이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가격이지만, 초저가 브랜드가 주는 '싸구려' 이미지는 피한다. 이 포지셔닝 덕분에 Edikted는 미국 투자은행 Piper Sandler의 2024년 봄 조사에서 상위 소득 10대 여자아이들이 가장 많이 착용하는 브랜드 상위 6위 안에 진입했다. Shein, Brandy Melville, Aritzia를 제치고 올라선 결과다.
또한 Edikted는 로고를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을 피한다. 옷 자체의 디자인이 주목받도록 하는 '미니멀 브랜딩' 전략인데, 이것이 Z세대의 취향과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 Z세대는 브랜드 로고를 과시하기보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성하는 것을 선호하는 세대다. Edikted의 옷은 그 스타일의 재료가 되어준다.
4. 오프라인 매장을 '콘텐츠 제작소'로 설계하다
디지털 네이티브 브랜드임에도 Edikted는 오프라인 확장에 강하게 베팅하고 있다. 2023년 뉴욕 소호에 첫 번째 오프라인 매장을 연 것을 시작으로, 2024년 LA 더 그로브와 미네소타 몰 오브 아메리카에 매장을 열었고, 2025년에는 미국 최대 쇼핑몰 운영사 Simon Property Group과 계약을 맺어 전국 5개 주요 몰에 추가로 입점했다. 현재 총 12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2025년 안에 25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매장들의 설계 방식이다. Edikted 매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밝은 핑크색 하트 모양 아치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꺼내 TikTok용 영상을 찍는다. 매장 안에는 인스타그램 감성의 포토부스가 있고, 직원들은 CEO가 "해피 브랜드 에너지(happy brand energy)"라고 부르는 분위기를 만들도록 훈련받는다. 오프라인 매장 자체가 소셜 미디어 콘텐츠 생산 장치로 기능하는 것이다.

사진출처 :https://www.mallofamerica.com/directory/edikted
그 결과는 수치로 확인된다. CEO Schwartzberg는 "매장이 있는 도시에서는 오프라인 매출이 온라인 매출을 넘어선다"고 밝혔다. 샌디에이고 신규 매장 오픈 당일에는 수천 명이 새벽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런던 카나비 스트리트 첫 번째 유럽 매장 오픈 당시에도 수백 미터에 달하는 대기 줄이 이어졌다. 매장은 단순한 판매 채널이 아니라, 브랜드 경험을 실물로 체험하는 공간이자, 그 자체로 또 다른 바이럴 콘텐츠가 되는 장치다.
5. Z세대가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간다 — 대학 캠퍼스 전략
Edikted는 고객이 오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2024년 가을, 브랜드는 10개의 대학 캠퍼스를 직접 돌아다니는 '컬리지 투어(College Tour)'를 진행했다. 시카고 대학교, 노스웨스턴 대학교 등을 방문해 하트 모양 팝업 부스를 설치하고, 게임·경품 추첨·쿠폰·기프트카드를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음식 트럭과 포토콜을 결합한 이 팝업은 그 자체로 TikTok 콘텐츠가 됐고, 각 캠퍼스에서 Edikted를 처음 접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브랜드 경험을 공유하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이 전략은 Edikted의 철학을 잘 보여준다. Z세대를 광고로 끌어당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일상 속으로 브랜드가 직접 들어가는 방식이다. Z세대는 자신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오는 브랜드에 훨씬 강하게 반응한다.
6. 글로벌 확장 — 런던에서 아시아까지
2026년 현재 Edikted의 팽창 속도는 더 가파르다. 3월에 런던 카나비 스트리트에 유럽 첫 매장을 오픈한 데 이어, 2027년에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2026년 9월 싱가포르와 방콕을 시작으로,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한국·대만으로의 확장 로드맵을 갖고 있다. 중남미에서는 베네수엘라·도미니카공화국·파나마·멕시코·칠레·아르헨티나 등 광범위한 시장을 타깃으로 협의 중이다. 해외 진출은 직영점과 프랜차이즈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미국 내에서는 뉴욕 5번가에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준비 중이다.
Edikted의 CEO는 전 세계 매장 규모를 최종적으로 30~40개 플래그십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포에버21처럼 수백 개의 매장을 무분별하게 여는 것이 아니라, 각 도시의 핵심 상권에 경험형 대형 매장을 배치하는 전략이다. 이는 규모의 경제보다 브랜드 밀도를 선택하는 결정이다.
7. Edikted에서 읽어야 할 시장의 신호
Edikted의 성공은 그 안에는 Z세대 소비 시장에 대한 중요한 통찰이 담겨 있다. 첫째, Z세대는 오프라인을 버리지 않았다. 오히려 '콘텐츠가 되는 오프라인 경험'을 원한다. 둘째, 마케팅의 무게중심이 브랜드 주도 광고에서 커뮤니티 주도 콘텐츠로 이동하고 있다. 셋째, 빠른 트렌드 포착과 소량 생산이 결합된 '스마트 패스트패션'은 재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트렌드 민첩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다. 포에버21이 대규모 재고와 과도한 매장 확장으로 무너진 자리에서, Edikted는 정반대의 전략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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